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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스트레스 어떻게 푸시나요? 제 방법은 이렇습니다.

수다공작소 2010. 3. 8. 01:08

 

저는 제대할 때까지 일기를 썼습니다. 처음 제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일기가 매일의 과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일기를 쓰다보니 어느 순간 일기쓰기가 습관이 되어버렸고, 스스로도 '일기의 효용'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선 일기는 자신을 타자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놀기만 했다' 몇 마디만 적어도 자아반성은 절로 시작됩니다. 그만큼 일기는 개인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일기는 스트레스해소에 탁월한 도구

 

친구와 심하게 다투거나 억울한 일로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되면 그 일이 종결될 때까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중요합니다.

 

저는 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왜 친구와 싸웠고, 싸움의 발단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요목조목 따져가며 글을 쓰다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때때로 그 정도가 심해 '욕'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상황에 임박했을 때도 일기는 참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성상 일기는 혼자 보는 글이기 때문에 아무리 심한 육두문자를 사용한다한들 문제될 게 없기 때문입니다.

 

남을 욕하고 싶은 엣지있는 시를 써라

 

저는 종종 일기에 육두문자를 쓰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실제로 욕을 써본 일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욕을 시로써 승화키셨기 때문입니다. 가령 박아무개가 정말 싫을 때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박을 깨자

박을 깨자

 

몹쓸 박은 깨어

좋은 박을 내자

 

여기서 박은 박아무개를 지칭하고, 몹쓸 박은 박아무개의 못된 행실을 의미합니다. 이 시는 박아무개를 쭉정이마냥 뽑고, 좋은 박에게 더 많은 양분이 가도록 독려하자는 의미에서 썼습니다.

 

일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이런 효용에도 불구하고 군제대 후부터는 일기쓰기에 둔감했습니다. 아날로그식 글쓰기로 버텨왔던 일기였던지라 디지털화의 길을 쉽사리 걷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메일도 자주 쓰고, 레포트도 자주 작성했지만 컴퓨터로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가끔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몇 자 끄적여보는 게 제 삶의 기록의 전부였습니다.

 

너는 말하니? 나는 바로 보여줘

 

디지털시대의 제 2막이 열리면서 글은 전보다 더 힘을 잃었습니다. 드디어 영상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기록은 문자가 아닌 이미지가 대신했습니다. 디카, 폰카의 위력은 사뭇 대단해서 싸이월드의 웹서비스를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확장시켰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기 보다는 사진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동영상까지 그 일에 합세해 더 이상 문자가 제 목소리를 낼 만한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 발견하게 된 게 바로 이 블로그였습니다.

 

블로그, 글로 다시 돌아가다

 

블로그는 다양한 툴을 통해 통합적으로 타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입니다. 동영상, 사진, 음악, 글 등.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뭔가something를 표현해내는 자리, 바로 그곳이 블로그입니다. 최근 저는 이 블로그를 통해 제 하루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의미한 이슈글에 기생해 페이지뷰를 올리느니 자아성찰과 자아반성의 장으로 사용하는 게 개인적으로 더 이롭다는 판단에서 블로그를 대하는 태도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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