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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어느 날 문득 죽음이 찾아오면

수다공작소 2010. 1. 28. 11:56

 

어느 숲속에 아이와 어머니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어머니는 자연산 버섯을 캐기 위해 산에 올랐습니다.

 

어머니는 열심히 버섯을 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독사가 그녀의 다리를 물고 달아난 것입니다.

그녀는 급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는 아침 일찍 읍내에 위치한 학교에 갔습니다.

그녀는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자신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마치려는듯

아픈 몸을 이끌고 부산하게 집안 일을 돌봤습니다.

 

해가 중천에 머뭅니다.

그녀는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계획했던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순간들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난 듯 보입니다.

아이도 돌아올 시간입니다.

그녀는 평소 즐겨앉던 벽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 조용히 아이를 기다립니다.  

온몸에 힘이 빠집니다. 마치 영혼이 작별인사를 고하는 느낌입니다.

 

한참이 지났습니다.

아이가 어머니를 흔들어 깨웁니다.

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

 

왜 그녀는 죽지 않았을까요?

그건 그녀가 아이를 위해 혼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독은 모두 땀으로 배출됐습니다.

결국 아이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그녀를 사경에서 구해낸 것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죽게 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스밸브를 잠궜는지 아님 열어놨는지 확인하진 않고는 외출할 수 없는 것처럼

남겨둔 가족에 대한 궁금증이 아마도 그녀의 발목을 잡은 모양입니다.

 

인생은 공수레공수거입니다.

남겨둔 흔적이 많을수록 죽는다는 건 무척 두려운 일입니다.

가는 길이 편하려면 남김 없이 나눠주고 가는 게 맞습니다.

가족이 됐든 지인이 됐든 아님 생판 모르는 남이 됐든 나눠줘버리면

천국 가는 길에 무거운 짐 따위를 짊어져야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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