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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쟁이
봄날이 줄 수 있는 그 싱그러운 향연이 귓가에 멤도는 듯 곱디고운 빛이 린넨을 넘어 내방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더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이 귀한 시간들을 늦잠으로 허송해버렸다는 야리꼬리한 죄책감이 뒤통수를 한 대 쥐어박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세월이 좋아 꽃들도 그들의 미를 즐겨내고, 새들도 하릴없이 허공을 그어댄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들이 하나둘 해동되고 움추러들었던 포용심도 가이 없을 듯 세상을 품어대고,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왔던 얼음장 같았던 물로, 아침이면 어김 없이 나를 맞았던 철창같던 한기도 이제는 옛일되어 흐끄무리 손짓한다. 세월이 이러한데 어이 늦잠을 잘 수 있을까? 어서 눈비비며 일어나 보자.
소소한 하루
2009. 8. 9.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