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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엄마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게 됐어요. 디즈니 만화랜드냐? 교회냐? 디즈니 만화랜드냐? 교회냐? 늘 고민했지만, 그럴 때면 어김 없이 효자손이 회초리로 둔갑하곤 했죠. 대인공포증 때문에 낯가림이 무척 심했는데, 어머니는 그 사실을 잘 모르셨나 봐요. 교회 현관에만 이르르면 몸이 먼저 거부반응을 보였어요. 이름 모를 제 또래의 수많은 아이들이 마치 괴물처럼 느껴졌었죠. 그래서 늘 화장실로 도망치곤 했어요. 일단 예배가 시작되면 예배당 밖은 쥐 죽은 듯 조용해서 저만의 세상으로 변했거든요. 예수님의 형상이 모자이크처럼 그려진 시트지 사이로 찬양하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새끼손가락만한 공간이었지만 예배당 안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죠. 매주 이렇게 지내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무척 지루했어요. 어머니..
친정엄마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연극 "친정엄마와의 2박3일"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영화 리뷰는 이번이 처음인라,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영화를 보는 내내 저희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을까? 체육시간 초라한 검정 비닐봉지에 한 가득 알사탕을 들고 오신 순덕이 엄마가 문득 생각나는군.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단연 그 일등공신은 엄마 김해숙일 것입니다. 극의 몰입을 돕는 김해숙의 명품연기 친정엄마의 흥행코드는 최루가 아닌 명품연기였습니다. 화장끼 없는 매트한 얼굴에 덕지덕지 동동구리무를 발라댄 느낌이랄까요? 하얀 거짓말에서 보여준 회장 사모님 포스는 온 데 간 데 없었습니다. 스크린에는 진정성을 향한 관록의 연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췌장암에 걸린..
그립다 말할소냐 저민다 말할소냐 들꽃처럼 살다간 바위처럼 살다간 그립다 말할소냐 저민다 말할소냐
어느 숲속에 아이와 어머니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어머니는 자연산 버섯을 캐기 위해 산에 올랐습니다. 어머니는 열심히 버섯을 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독사가 그녀의 다리를 물고 달아난 것입니다. 그녀는 급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는 아침 일찍 읍내에 위치한 학교에 갔습니다. 그녀는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자신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마치려는듯 아픈 몸을 이끌고 부산하게 집안 일을 돌봤습니다. 해가 중천에 머뭅니다. 그녀는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계획했던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순간들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난 듯 보입니다. 아이도 돌아올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