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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플파이 한쪽은

수다공작소 2010. 4. 15. 19:13

시냇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시냇물은 저 혼자서 흐르지 않는다.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협업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높이차이(경사)와 중력이 함께 작용해야 하지만, 물 분자끼리 잡아당기는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요 몇 일 나는 끌어당기는 물이 되어 보았다. 여전히 나에게도 버거운 나라이지만, 그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기에 나라도 뭔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난 곧 떠날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뭔가를 기대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단지 떠나기 전에 '선배'로서가 아닌, 단지 앞서 걸어갔던 사람으로서 응당 해야 할 뭔가(?)를 해줬던 것 같다.

 

갈 때가 되니 은근 바쁘다

결자해지

 

실은 너무나도 바쁜 요즘이다. '2년 간의 삶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미리미리 살림살이를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건 '나의 모로코 친구들'과의 이별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사람들(모로코내 한국인)보다 그들이 날 더 아껴주고 돌봐줬다. 마치 무인도에서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할까?

 

나의 애플파이 한쪽은

이곳 모로코에서

 

 

세월이 덧없이 흘러갔다. 내 인생이 한 개의 애플파이라면 그 중 1할(10%) 정도는 이곳에서 먹어치운 느낌이다. 정말 힘들었지만, 살면서 쉽게 겪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다. 이제 난 떠난다. 진정 아쉽다. 아마도 내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는 모로코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은 선물

 

모로코에 살면서 이렇게 가슴이 찡긋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정말 떠나는가 보다. 내 후배들만은(물론 선배라고 할만한 자격이 없지만) 나처럼 힘들게 이곳에서 생활하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다. 인간갈등 혹은 미성숙한 자아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은 내가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문화충격이나 '무지'에서 오는 어려움은 조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블로그 역시 그들을 위해 마련한 나의 작은 선물이다.

 

주기보다는 더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랬다. 한국 갈 때 부모님의 선물을 챙겨줬던 하이얏과 마스타

비싼 건 아니었지만, 정말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 같다.

 

나눔을 위해 왔다지만, 나눔보다 '아낌'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타인에게 인색한 것은 아니었다. '아낌'은 나 자신을 위해 덜 썼다는 것이지, '타인'을 위해 덜 썼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자랑할만큼은 아니지만, 나 주소현으로서 할 수 있을 만큼의 일들은 해내고 가는 느낌이다. 근데 왜 이렇게 아쉬운 건지 모르겠다. 내 사리사욕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쏟아내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정작 나부터가 감사할 줄 몰랐다.

 

 

어제는 일찌감치 기관에 나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근데 ㅜ,,ㅜ;; 우리 아이들은 정말 미울 정도로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 그 마음에 '감사'의 마음이 있으면 하는데, 열길 물 속은 어렴풋이 보이는데, 우리 학생들 속마음은 2년이 다 되가도 모르겠다.(여기서 감사는 나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데에 대한 감사다)

 

내일의 태양은 또 밝아올 것이다

 

모로코에서 보낸 삶을 허비하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삶. 바로 그 삶을 아이들에게 기대했기 때문에 나 역시 감사하기로 했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꺼져서 사람이 죽고, 생전의 터가 사라지고, 인생의 의미가 삽시간에 무더진다 해도 난 내일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자로서, 내일의 태양을 기대할 것이다.

 

도와주세요 모로코 아이들에게 꿈의 날개를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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