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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은 이미 정해져있는가? 본문
그녀의 잇아이템 '박기자의 황금바늘'
신진디자이너 발굴프로젝트 "박기자의 황금바늘" 이 드디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기획해서 이제 빛을 보게된 박기자의 시크릿 넘버원이었지만, 발행인에서 밀려난 손회장이 계략으로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박기자도 밟히면 꿈틀댄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엉겁결에 C쇼핑몰과의 손을 잡고 이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스타일은 박기자의 분신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스타일이 더이상 구겨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신상녀 서인영, 천재디자이너란 옷을 입다.
최근 신곡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상녀 서인영이 버섯머리와 신상녀를 유행시킨 패션아이콘답게 천재 디자이너 릴리역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세인트마틴 스쿨을 졸업하고 루앙인턴으로 스카우트됐던 패션인답게 거만, 도도, 불손하기가 그지 없는 돌아온 아이였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드라마 전개와는 다르게 한 가지 불편한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일등은 이미 정해져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이미 일등은 정해져있는걸까?
일등 자리가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면 나머지 참가자들의 존재는 뭐란 말인가? 어디 루앙백 없는 놈들은 더러워서 살겠는가? 그래서 너도 나도 '학연', '지연' 등과 같은 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나 보다. 우리 시대는 인생에 대한 '열연' 하나면 족할 거란 순진한 믿음을 철저히 배반한다.
정말 공들여 참여했던 각종 공모전에서 영문 없이 떨어졌을 때, 먼저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기보다는 주체측의 농간부터 떠오르게 되는 건, 개인의 옹졸함보다는 우리사회가 주는 일그러진 인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정입학, 부정해위, 뇌물수수, 뇌물공여, 내부압력으로 인한 인사 등과 같이 아직도 이 사회를 얼룩지게 만드는 부조리는 셀 수 없다.
착하게 살면 손해보는 세상
나 홀로 독야청청하기에는 너무도 힘겨운 일상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해야 하는 사회, 접대 없이는 아무일도 되지 않는다는 직장, 지나치다 못해 돌연변이로 변한 어머니들의 사랑 촌지, 힘 있을 때 닥치는대로 끌어모아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탐욕, 세상물정을 논하며 자신의 타락쯤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여기는 예비 악동들.
어쩌면 박기자의 황금바늘은 스타일을 가장 스타일답게 만들고자하는 박기자의 염원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 역시 냉혹한 현실을 알고 있고, 또한 손회장이라는 익숙한 그늘 안에 머물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는 초짜 발행인의 물정없는 곧은 의지로 인해 갈등하고, 무너지고 다시금 희망이란 이름 앞에 선다. 진정 이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스타일을 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광화문을 밝히던 촛불 하나하나에서 희망을 꿈꾸다.
세상이란 공식 앞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야 할 때를 알고, 또 가끔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세상을 뛰어넘어보려는 민초들의 의지. 그것이 있기에 우리에게 꿈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유신정권시대의 암울함도, 미디어를 점거했던 전두환도 민초들의 뜨거운 염원이 없었더라면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기자의 황금바늘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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