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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

[발상의 전환↕] 대안 소유욕

수다공작소 2009. 9. 13. 11:10

   '껴보겠다'고 지갑을 한 번 더 와락 움켜잡아보지만 실상 소유욕에 관해서는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떠드는 그들과 별 차이 없다. 디지털 카메라digital camera가 세상에 고개를 내밀고 그쯤 친구가 200만 화소의 니콘 디카를 자랑했던 기억의 시절로 돌아간다.

 

세상에 필름 없이도 요게 사진을 찍어댄단 거지? 거참 신기하다. 근데 그건 어케 사진을 뽑누?

 

   지금 와 생각해보면 별 일 같지도 않지만, 당시(디지털붐업boom up의 전단계. Trend leader들이 활동하는 시기)로서는 정말 지각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디지털 시대의 서막

 

   군대를 갓 졸업하고, '세상'을 알고저 알바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는 곧 상당 수준의 지불능력willingness to pay을 갖추게 됨을 말한다. 즉 지름신이 강림하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는 얘기다. 결국 날밤 웹서칭web searching에 빠지게 되었고, 가빠른 디지털 기기의 업글upgrade을 경험하게 되었다. MP3도 그 중 하나였는데, 애물딴지도 그런 애물딴지가 없다 싶을 정도로 후회막급, 아니 후회의 막장을 단단히 보여주시고, 역사의 뒤안길(서랍 깊숙한 곳)로 사라졌다.

 

너도 나도 하나씩

 

   디카는 그보다 한 수 더 위였다. 물론 구입 후 만족감(구매만족)은 높은 편이었다. 똑딱이들이 흉내낼 수 없는 강력한 줌기능(10X)과 또렷한 화질만으로도 난 트랜드섹터trend secter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은 무척 짧았다. 신규 기기의 거침 없는 돌격과 제품 가격대 하락이 유저user층을 넓혔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업글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칠 수 없었다.

 

쉽게 끝나버린 DSLR만의 특권

 

   어느새 친구의 디카는 보도 듣도 못한 DSLR로 이동해 있었다. 하이엔드 디카군보다 더 크고 묵직한 게 전문가용필feel이 물씬 풍겼다. 렌즈교환식 디카 시장의 형성 초창기에는 DSLR의 소유 자체가 하나의 권력power이었다. 오토족(똑딱이의 오토기능애 국한된 tribe)들의 오랜 불만사항이었던 '흔들림'을 상당수준 해결할 수 있었고, 일단 유저층이 얇아 그것의 소유 자체로 타인과 구별됐다. 그런데 그 특권도 오래가지 못했다. 제품의 성장곡선을 구지 들먹거리지 않아도 될만큼 아주 급속히 시장이 고도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속된 말로 개나 고동이나 그것을 갖게 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이야기의 본론으로 접어들겠다.

 

오르기 힘든 산일수록 더 매력적이다

 

   트랜드리더(선도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수용자 사이에는 분명 '간극gap'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이 간극(차이)이 신new소비의 주된 요인이라 말한다. 한쪽에서는 나와 남을 구분짓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나와 남을 동일시하려고 애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아이러니irony다. 마케터marketer들은 바로 이 점에 집중한다. 넘을 수 없는 선일수록 더 넘어가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는 쉽사리 넘어을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려 한다. 설령 그것이 Super VIP마케팅이 된다해도 말이다. 소유욕은 끝은 어디일까? 이제껏 설명한 내용만 봐도 간극 넘기의 족쇄legs iron는 무서우리만큼 인간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대안 소유욕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다리 찢어지는 사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만의 방어기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대안 소유욕' 이다. 일단 이 소비욕은 지름신 따위에 지배받지 않는다. 또한 금전적인 지출도 필요없어 소유욕이 가랑이를 찢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잊어도 된다. 과연 그런 신천지가 도대체 뭐길래 요레 요레 뜸을 들이는지 궁금하시죠. 그것은 바로신욕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소유욕하면 물질욕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상 삶의 대부분은 정신욕과 무관하지 않게 진행됩니다.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을 더 갖는 것, '친구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욕심'을  더 갖는 것,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고 싶다는 욕심'을 더 갖는 것. 아마 형태는 달라도 이런 종류의 욕심을 단 한번도 안 부려본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이런 대안 소유욕이야 말로 물질적 소유욕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종 디카가 내 삶의 일절도 반영해주지 않는데, 단지 그것을 소유했다는 것만으로 좋아했던 어린 자아보다 좀 더 숙한 자아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 바로 그 욕심이 이 글의 핵심이자 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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