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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을 예술로 바라본 진중권

수다공작소 2009. 9. 23. 02:02

 

성형을 예술로 바라본 진중권

 

호모 코레아니쿠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p10 "[국민성]이라는 말 뒤에 붙는 술어는 대개 편견을 담고 있다. 개인차를 무시하고 몇몇의 예만 갖고 전체의 특성을 구성해내는 '일반화의 오류', 한 사회가 발전하는 단계에서 겪는 성장의 고통 간단히 그 민족의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인종주의 심리', 그저 문화적 차이에 불과한 것을 곧바로 미개함의 지표로 간주해버리는 '제국주의 논리' 등. 자기와 다른 인간에 대한 편견을 생산하는 기제는 다양한다."

 

자문화중심주의의 숨은 '결'

 

p13 "사실 '자문화중심주의'라는 말 자체가 이제까지 다른 문화들을 대해 온 폭력적 방식에 대한 서구 사회의 자기반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수도권집중 현상, 이농현상의 심화의 원인 1

 

p24 "루럴 엑소더스rural-exodus는 본질적으로 저곡가 정책으로 도저히 농촌에서는 먹고살 수 없게 한 정책의 결과였다."

 

한국인들의 노동중독증

 

p27 "독일에서는 오후 7시만 되면 웬만한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노동자들에게 가족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밤늦게까지 영업을 한다. 아예 24시간 영업을 하는 김밥집도 있다." 

 

p76 "성형으로 만신창이가 된 '선풍기 아줌마'의 얼굴은 '만인을 위한 성형'의 나라 대한민국의 초상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신체를 재료로 한 예술은 정말로 자발적인 걸까? 아니면 사회가 사실상 강요한 걸까? 아름다운 신체가 늘어남에 따라 신체의 자연성에 대한 의심도 늘어난다. 그리하여 거액을 들여 신체를 근대적으로 자본화한 여성들은 이제 남성들이 벌이는 중세적 심문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누가 남성들이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에 자유롭다 했던가?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성비를 따져봐도 여성 대 남성의 비율은 6:4 정도다. 이 통계가 꽤 오래전 것임을 가만하면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성보다 감성적 기질이 발달한 한국 

 

p85 "한국에서는 어떤가? 접촉 사고가 나면, 두 명의 전사가 차 문을 박차고 튀어나와 일단 목소리 크기부터 겨룬다. 그러다가 청각전이 촉각전으로 비화한다. 말싸움은 결국 거친 욕설을 동반한 몸싸움으로 번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꾸 모로코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을 비교하게 된다. 이곳에 와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하실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실제 모로코의 문화는 한국의 그것과 매우 습사하다. 요즘 한국에서 희박해져가고 있는 '情 문화' 가 아직 풋풋하게 남아있고, 8,90년대 쉽게 볼 수 있던 새치기 문화(?)도 판팍이처럼 닮아 있다. 더군다나 언성 높이는 문화까지 비슷하니 여러 가지로 형제스러운 맛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 음식점은 생기발라하다. 타인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라고 여겨지는 조용함이 이곳에서는 예외조항으로 다뤄진다. 그 덕에 실컷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만약 식사하는 곳이 유럽이었다면 금새 쫓겨났을 것이다.  

 

   가끔은 모로코가 더하면 더했지, 한국보다 못할 것도 없는 것도 종종 보게 되는데. 재래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나 일명 '골라 골라'식의 상인의 판매노하우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남의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그 예는 자동차 접촉사고 현장에 있다. 일단 사고 주변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든다. 다친 사람이 어떻게 다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법이다. 어려서부터 양을 잡는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피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2000억 청년 자산가 장현우(30세) 

 

p118 "오늘날에도 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졸부 근성을 지닌 상류층은 정신적, 문화적 격조가 아니라 아무나 살 수 없는 값비싼 '명품' 등으로 신분적 차이를 드러내려 하고, 대중은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똑같은 명품을 구입하여 그 차이를 지우려 한다. 대한민국의 명품 문화는 취향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그 성격이 조선 후기 체면 문화를 상업화한 것에 가깝다. 한국식 자본주의의 천민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방송을 보았다. 서른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2천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진 사나이가 '지구인'이라는 판정을 받는다는 요상스런 포맷format의 쇼프로였다. 그가 4개국어에 능숙하고, 세일즈에 남다른 노하우가 있고, 도전정신이 강하다는 점보다는 돈이 많고, 잘 생겼고, 명품을 치렁치렁 걸치고 다닌다에 초점을 맞춘 저질 방송이었다. 물론 그는 그 방송을 통해 자신이 하는 M명품가구 수입상을 선전하려고 했을 것이고, 방송 후에 일어날 입소문word of mouth 마케팅 효과 또한 미리 점쳤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는 내내 '정말 대단하다', '나도 할 수 있겠다' 라는 긍정의 마인드 보다는 꽃보다 남자의 F4로 과대증식한 외모지상주의 혹은 물질지상주의의 한 단편을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음 좀 씁쓸했다.   

 

무례한 판사 

 

p122 "그의 무례는 아마 직업에 대한 독특한 관념에서 나온 것이리라. 즉 그는 제 직업을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신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자신에게 온갖 예를 갖출 것을 요구하되, 자신은 시민들을 막 대해도 된다고 굳게 민는 것이다. 여기서 예절을 바라보는 수직적 관점과 수평적 관점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수평적 예의는 수직적 무례로 간주되고, 수직적 예의는 수평적 무례를 낳는다." 

 

법과 규칙, 행정서비스는 도대체 왜 생겨난 걸까? 일단 답은 '시민citizen' 때문이다. 프랑스혁명을 이끈 게 부르주아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를 좀 먹는 자들이 있다. 권력과 직위가 그들의 신분이나 되는 양 착각하는 그들의 용렬함이 바로 이 시대의 좀이다. 링컨의 유명한 연설문인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는 이미 다양한 이념과 실리에 의해 퇴색되버린지 오래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임에도 왠지 수직적 상하관계에 놓여버린 느낌 때문에 주저하고 망설이는 내 자신을 볼 때면, 이 사회가 또 다른 혁명에 굶주리고 있다는 생각부터 든다. 

 

p172 "죄책감은 죄를 짓는 순간 발생하나, 수치심은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

 

업그레이드된 구술문화의 필요성

 

p194 "[문자문화와 구술문화]에서 월터 옹은 구술문화에서 대화는 '감정이입적' 성격을 띤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논쟁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정서적' 이며, 판단은 '논리적' 이라기보다는 '감정이입적' 이다."  

 

p207 "문자문화의 성과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온전히 보존하고 그것을 더 강화하면서 그 위에 소리와 영상을 얹는 제2차 구술문화, 제2차 영상문화다. 미래의 언어 능력linguistic compentence은 책 안 읽고 그림만 보는 까막눈이 아니라, 이미지와 텍스트가 하나가 된 '상형문자적 능력', 그리고 소리와 문자가 하나가 된 '의성문자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마인드맵은 상형문자적 능력을 키우는 데 좋은 도구다. 언어를 문자 그대로 이해하기 보다는 어떤 이미지와 연관시켜 총체적으로 판단하려고 만들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많아 보여도 정작 옥석은 보이지 않는다 

 

p211 "오랜 사색으로 정제해낸 생각을 주옥같은 언어에 담는 독백적 글쓰기가 아니라, 반응이 오가는 상황에서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곧바로 글자로 옮겨 적는 대화적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의 범람에도 글쓰기는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p220 "문자문화의 시대에는 하나의 텍스트에 침잠하는 집중의 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어느 하나에만 집중을 해서는 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런 시대에는 쏟아지는 정보를 신속하게 훑어서 그중에서 중요한 것만 걸러내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로 조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라는 책에서 보면 멀티태스킹이 뇌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고 나와 있다. 아이도져라는 인터넷마약도 양쪽 귀에 아주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줘서 뇌를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로 빠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멀티태스킹의 한 예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것이 시대적 요구이고, 우리 신세대들이 이런 일에 매우 익숙해져가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게 정말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아이슈타인이나 에디슨이 괴짜(세상을 바꾸는)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은 그들이 한 가지 일에 너무 빠져있었기 때문이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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