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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모로코

수다공작소 2009. 9. 9. 16:24

완전 퐝당 시츄에이션이었던 모로코 생활이 어느덧 그 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모로코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그지없다.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특별 안전 주의 기간인데도, 작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떠나려고 하니 길가의 나뭇가지마저도 눈에 밟힌다. 정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 건가 보다.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늘 아나스(모로코 내 이름)에게 한결 같은 지지를 보내주던 하이얏의 전화였다. 분명 5시 반이라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7시 반이었다. (이 죽을 놈의 언어실력이란!) 방학이라고 부침개 뒤집듯 낮밤을 바꿔 생활했던 탓에 무척 피곤했다. 하지만 그들의 정성과 수고를 생각하니  스멀스멀 밀려오는 잠 따위에 나를 던져버릴 순 없었다.

 

난 단지 피곤했을 뿐인데, 너도 라마단기간이어서 금식하냐고 묻길래, 오늘은 과일만 먹었다고 대답했다. 사실은 이랬다. 간만에 포식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침부터 주구장창 굶었던 것이다. (무식의 극치!) 아무튼 그 덕에 종교적 뉘앙스가 다분한 질문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식사 시간이 임박하자 하이얏이 소현씨(단원)에게 전화를 걸였다. 방학 내내 보지 못했던터라 함께 식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디저트 느낌의 초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동도 할 겸 하이얏과 그의 남편, 그리고 나와 소현씨 이렇게 네 사람만 밤마실을 나갔다. 방학 내내 혼자 있다보니 할 말이 많이 쌓였나보다. 한국말 삼매경에 빠져 어찌나 주절주절 이야기를 이어가던지. 간간히 하이얏이 내 옆으로 와서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여기가 한국인 줄 알았을 것이다.

 

메인음식은 밤 10시가 넘어서 먹은 듯 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새벽 12시 30분 정도 된 듯) 닭고기와 각종 간 곡물이 섞여 묘한 맛을 내는 바스띨라. 겉보기에는 둥근 케익처럼 보이지만 큰 튀김만두 같은 음식이다. 작년에 먹었을 때는 정말 이런 음식도 다 있군 싶었는데, 올해 또 먹으니 은근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하이얏이 봉지 가득 음식을 싸줬다. 한국만의 정의 소산이라고 여겼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과 모로코는 닮음 점이 참 많다. 때밀이로 몸의 각질을 벗겨내는 걸 즐기는 것도 그렇고, 대중목욕탕도 한국의 그것이랑 별반 차이 없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구는 것도 한국스럽다. 새치기하는 모습도 닮은 듯 하고, 남의 자리를 맡아주는 행위 등도 가끔 보인다.  

 

이런 모로코를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어떤 단원은 모로코 방향으로 눕지도 않겠다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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