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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게 돌을 던졌어요.

수다공작소 2009. 9. 13. 04:48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사려고 마트에 들렸다가 집에 오는 길에 한무리의 아이들을 마주치게 됐어요. 아이들이 불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받아치기가 뭐해서 무심코 걸었죠. 근데 자꾸 신경이 곤두서더라구요. 예전에도 돌을 몇 번 맞아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부터 앞섰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돌 하나가 제 앞에 떨어졌어요.

 

순간 화가 팍 치밀어오르더라구요. 이젠 이런 일에 담담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제 한국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일 또 생기니까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휴대용 겨자 엑기스를 늘 소지하고 다녔는데 이때다 싶어 꺼내들었죠. "느그들, 이리온나"하면서 엑기스를 치켜드니 하나 둘 겁이 났는지 저만치 도망가더라구요. 하지만 아이들의 장난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그때 바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저희 아파트 아이들이 저를 보호해주려고 돌을 집어들었던 것이에요. 불과 1년 전만해도 이 아이들이 저에게 돌을 던졌는데...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고맙웠는데, 뭐라 할 말이 없어서그냥 집에 들어와버렸죠.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이하기를 꺼렸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친밀감이 쌓이더라구요. '너희들도 시끄러우냐 그럼 나도 시끄럽다'하고 고성방가를 일삼았던 저였는데, 제가 그들의 이웃이 될 줄이야. 아무튼 오늘 일 때문에 많은 걸 깨달았어요.

 

돌을 던졌던 아이들이 돌을 던지는 아이들로부터 저를 보호해준 이 사건, 꼭 기억했다가 기분 나쁠 때마다 꺼내 되새겨볼 생각이예요. 은근 뿌듯한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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