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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게 돌을 던졌어요. 본문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사려고 마트에 들렸다가 집에 오는 길에 한무리의 아이들을 마주치게 됐어요. 아이들이 불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받아치기가 뭐해서 무심코 걸었죠. 근데 자꾸 신경이 곤두서더라구요. 예전에도 돌을 몇 번 맞아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부터 앞섰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돌 하나가 제 앞에 떨어졌어요.
순간 화가 팍 치밀어오르더라구요. 이젠 이런 일에 담담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제 한국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일 또 생기니까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휴대용 겨자 엑기스를 늘 소지하고 다녔는데 이때다 싶어 꺼내들었죠. "느그들, 이리온나"하면서 엑기스를 치켜드니 하나 둘 겁이 났는지 저만치 도망가더라구요. 하지만 아이들의 장난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그때 바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저희 아파트 아이들이 저를 보호해주려고 돌을 집어들었던 것이에요. 불과 1년 전만해도 이 아이들이 저에게 돌을 던졌는데...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고맙웠는데, 뭐라 할 말이 없어서그냥 집에 들어와버렸죠.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이하기를 꺼렸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친밀감이 쌓이더라구요. '너희들도 시끄러우냐 그럼 나도 시끄럽다'하고 고성방가를 일삼았던 저였는데, 제가 그들의 이웃이 될 줄이야. 아무튼 오늘 일 때문에 많은 걸 깨달았어요.
돌을 던졌던 아이들이 돌을 던지는 아이들로부터 저를 보호해준 이 사건, 꼭 기억했다가 기분 나쁠 때마다 꺼내 되새겨볼 생각이예요. 은근 뿌듯한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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