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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하루/문학소년

뫼비우스 띠

수다공작소 2009. 11. 23. 16:50

 

선입견.

 

보기 전에 본 것처럼 알기 전에 아는 것처럼 생각하기 전에 생각을 접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미움.

 

분명 그랬을거야 아마 그랬겠지 그럴지도 몰라 어떻하면 좋을까 왜 이런 상황이 애라이

 

진행.

 

간다 온다 생각이 온다 간다 또 생각이

 

반성.

 

오고간 생각이여 너는 무엇이관대 회방놓는 거냐. 보아라 명명백백. 알겠느냐 시시비비. 돌아봐라 시종일관.

 

알.

 

품으면서 오고간 너여 너로 인해 너를 범했다. 이제 다시 너로 인해 너를 범치 않으리 

 

멈춤.

 

모든 것이 일순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정전이다. 봄이 여름으로 치닫을 때면 의례히 한 번쯤은 정전사태가 일어나곤 했다. 여기는 모로코다.

 

정지.

 

모든 생각이 칠흙 속으로 잠들었다. 어둠은 생각도 잡아 먹었다. 단지 할 수 있는 생각은 오로히 빛에 대한 항구적인 의지였다. 빛을 찾기 위해서는 더듬어야 했다.

 

빛.

 

차고 딱딱한 타일 위에서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의 휴대폰을 손에 넣었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빛을 손에 넣은 것이다.

 

나음.

 

겨울 바다 속 등대처럼 차갑게 허공을 비췄다. 한 동안 외면했던 빛이 있는 곳으로 그 냉랭한 빛을 한가득 쏘아댔다. 찾았다. 빛이 손에 잡혔다. 똑딱이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그 빛은 냉정하게 세상을 비췄다. 모든 사물은 연극무대 속의 배우처럼 생동했고, 길을 알려왔다.

 

기다림.

 

겨울이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새로운 빛을 기다렸다. 물론 어제도 그제도 그 빛은 있었지만 한 순간을 밝히고 사라지는 것이 빛이기에, 빛은 늘 새롭고 새롭다. 그래서일까? 기다림도  또다른 기다림으로 그 자리를 비워야 하고 또 그 비움이 익숙해져 어느새 그 기다림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DNA처럼 몸 속에 저장돼 구지 인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매커니즘을 형성한다.

 

잊음.

 

빛이 반가운 손님처럼 왔다. 기대하고 고대했다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기다름을 포기하고 침대 위에 몸을 누인 게 몇 분 전인데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새침하게 지금을 지금답게 비추려고 한다.

 

감사의무

 

의무감이다. 감사는 해야하는 거다. 다른 말로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감사로 모든 것으로 마루리하는 게 깔끔하다. 감사의무를 다하는 게 빛에 대한 예우이다.

 

너를 잊고 있었다. 너를 이제 알았다. 너만 바라보았고 너를 알았었지만 너로 인해 너를 잊었다. 너로 인해 너를 알고 너로 인해 너를 봤지만 이내 너를 잊었고 이내 너를 버렸다. 아쉬움의 몸짓으로 애정어린 눈빛으로 너를 원했고 너를 아쉬워했다. 아름다운 너여! 너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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