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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가고 엣지만 덩그러니 본문
엣지있게 시작하여 엉성하게 끝나다
'엣지있게' 만큼 뜨지 못한 드라마
초반에 터트렸던 엣지있는 이슈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보여준 스타일의 행보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김혜수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었고, 또한 드라마를 할때마다 윤은혜 못지 않게 이슈를 이끌었던 이지아가 선택한 작품이기도 했다. 거기에다 전작의 화려한 후광까지 받아 말 그대로 '스타일'이 살아있는 드라마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맥이 빠지는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맥을 못 추게 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들 몫이 컸다.
이지아의 악바리연기와 10년 강산만도 변하게 만들지 못했던 류시원의 한결 같은 연기가 방송 초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오히려 악녀로 등장한 김혜수의 일거수일투족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이지아를 눌러버린 것이다.
화려한 악세라리와 내츄럴리즘이 가미된 하늘거리는 김혜수의 의상, 그리고 오랜 연기경력과 연륜에서 오는 그녀만의 캐릭터 표현력. 이 드라마는 갈수록 당초 기획과는 달리 오직 '그녀'만을 위한 드라마로 흘러가고 말았다.
이지아는 불편하고 세컨드인 김혜수는 말 그대로 엣지있으니
진퇴양난은 핑계일뿐 초지일관했어야
물론 작가의 입장에서도 대중의 입맛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기력 논란 도마에 오른 이지아를 전면에 내세우자니 '이지아'가 더 욕 먹을 것 같고, 그렇다고 잇아이템처럼 변한 김혜수를 변방에 두자니 그녀의 연기력이 너무 아쉬웠던 것. 같은 대사라도 누가 연기해주냐에 따라 그 맛도 달라지는 법이니, 작가분도 김혜수의 매력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캐릭터, 류시원
그 자신을 위해서도 무모한 캐릭터 변신이 필요할 때이다.
마크로베오틱(?), 아무튼 요리사로 나온 류시원. 정은아와 함께 다년 간 요리프로그램에서 MC를 맡아왔기 때문에 부담스런 설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직업 외에는 딱히 그를 표현할 만한 또렷한 캐릭터가 없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류시원이 원래 갖고 있던 부드러운 이미지도 캐릭터 몰입에 방해가 됐다. 그래서 배우들은 한 가지 이미지로 규정되는 것을 죽기만큼 실어하나 보다. 아무튼 그의 부드러움은 캐릭터와는 상반된 점이 많아, 이도 저도 아닌 인물 탄생에 한 일조했다.
개연성이 다소 부족했던 스토리
드라마는 또하나의 '현실'이다.
난 데 없이 등장한 박기자와의 하룻밤이라던지, 구지 넣지 않아도 될 정신적 성인식을 위한 번지점프까지.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에피스드도 극의 흐름을 방해했었다. 또한 아무런 기척 없이 미스테리한 인물로 변해버린 이용우의 캐릭터도 어거지처럼 느껴졌다.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서양 패션계에서는 일반이라지만, 일말의 예견도 없이 갑작스레 류시원의 어깨를 감싸는 그의 손은 불편 그 자체였다.
후까시를 제대로 흡수해내지 못했다.
춤보단 사진작가의 내면과 삶을 조명했었으면
춤을 전공한 이용우의 매력을 한껏 부풀려서 보여주려던 시도 역시 제대로된 성공을 이루지 못한 듯 보인다. 삶에서 오는 번민을 춤으로 승화시킨다는 의미였겠지만, 다소 현실감이 없어보였고, 말 그대로 후까시를 듬뿍 발라놓은 듯한 버터씬이었다. 물론 뭍여성들의 가슴을 콩딱콩딱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용우가 맡은 캐릭터는 전문성이 필요한 사진작가였기 때문에 그 정도로 화련한 댄스신까지는 필요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직업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숨겨진 매력을 표현해줬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예를 들자면, 암실에서 몰래 찍었던 김혜수의 사진을 인화한다던지, 컴퓨터 앞에 앉아 포토샵으로 이미지 리터칭을 하고 있다던지의...
용두사미
위대한 유산이 가져다준 후광 때문인지 더 용두사미처럼 느껴지지만, 패션계 그것도 에디터의 삶을 조명해냈다는 데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물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에피스도가 주를 이뤘지만) 미스 캐스팅과 일관되지 못했던 스토리의 전개,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했던 과한 씬들.(까메오는 극의 흥미는 돋우지만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 아쉽다. 김혜수가 연말에 연기대상을 받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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