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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머금은 소설 연을 쫓는 아이

수다공작소 2009. 11. 15. 12:16

 

[연을 쫓는 아이] 제목?

 

연을 날려 서로 연싸움을 벌이며 누가 가장 오래 살아남느냐가 관건이 아프가니스탄의 전통놀이에 유독 소질을 보였던 아미르가 마지막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이 소설의 핵심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하인이자 친구였던 하산이 아미르의 파란 연을 꼭 되찾아오겠다고 약속했고, 그가 그 연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아세프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하기 때문이다.(연싸움에서 최종 우승자의 연을 소유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겼다. 그래서 아세프가 하산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그가 순순히 연을 주면 그냥 그는 그냥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인 아미르를 위해서 그는 성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이 장면을 아미르는 고스라히 다 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둘의 사이는 급속히 멀어진다.(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혼외정사로 낳은 아들을 하인으로 길러야 했던 바바의 내면심리

 

p32 "자, 율법 선생이 뭐라고 가르치건 세상에 죄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다른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알겠니?"

p33 "정말로 신이 있다면 내가 스카치를 마시고 돼지고기 먹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일에 신경 써야지. 이제 내려가렴. 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시 목이 마르다."

 

바바는 혼외정사를 통해 하산을 낳았지만 그 아이가 하자라인의 핏줄이었기 때문에 차마 자신의 아들로 키울 수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변형된 형태의 도둑질이었다. 하산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출산 후 닷새만에 가출)를 도둑맞은 것이다.

 

이 소설의 핵심쟁점인 종교, 인종, 사상 분쟁

 

p43 "그 모든 것은 중용하지 않다. 역사를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나는 파쉬툰인이고 하산은 하자라인이었다. 나는 수니파이고 그는 시아파였다. 그리고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그 사실은 바뀔 수 없었다.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 그러나 우리는 어렸을 적에 함꼐 기어가는 법을 배웠다. 역사도, 인종도, 사회도, 종교도 그것을 바꿀 수는 없었다."

 

연싸움을 하며 연을 쫓아 갈 때만 해도 그들은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은 달랐다. 그들은 너무나도 하나이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들을 구획짓고 분리시켰다. 인종청소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하라자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혼란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생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사회적 억압은 풀 수 없는 과제처럼 무겁게 그들 가슴을 짓눌렀다. 바바가 그랬던 것처럼 아미르 역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친구이자 하인이었고 종국에는 그의 이복동생이었던 하산을 배신했던 아미르

 

p121 "어쩌면 하산은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가 치러야만 하는 대가이자 내가 죽여야 하는 양이었다. 그것이 공정한 대가였을까? 그 대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 속에 떠올랐다. 그는 단지 하자라인에 불과 했다. 그렇지 않은가?"

 

p161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나를 구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 어떤 사람보다 그를 더 사랑했다. 그에게 내가 숨은 적이면 호수 속의 괴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이런 희생을 받을 가치가 없었다. 나는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며 도둑이었다."

 

이 책에서 하산은 언청이로 태어난 외양과 달리 정말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열등감과 박탈감에 사로잡혀 종종 하산에게 짓궂은 장난을 했던 아미르와는 달리 그는 언제나 차분했고, 사려가 깊었으며, 누구에게나 성실했다. 마치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소설에 나온 '큰바위얼굴' 같았다. 어쩌면 하산은 아미르의 동경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문맹이고 하라자인에다가 하인이기까지 한 그였지만 언제나 그는 아미르를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뉘우침과 후회, 그리고 성숙

 

p229, 230 "조금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바(하인)가 처음으로 직접 편지를 썼을 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가 너무 기특했고 내가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을 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이해되요?" "예." 나는 거짓말을 했다. 내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을 이용해서 하산에게 장난을 쳤던 일이 떠올랐다.

 

p250 "그리고 결국 문제는 항상 다음과 같이 귀결되곤 했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삶의 과거에 대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중략)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는 비밀을 드러내서 이야기하고 해결했다. 나도 입을 열고 내가 어떻게 하산을 배신하고 거짓말을 했는지, 어떻게 그를 쫓아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바와 알리의 40년 우정을 망가뜨렸는지 그녀에게 말해줄 뻔했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다

 

p337 "그런데 그를 땅에 묻은지 15년이 지난 지금 바바가 도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도둑 중에서도 가장 나쁜 도둑이었다. 그가 훔친 것은 신성한 것이었다. 내게서는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 권리를 훔쳤고 하산에게서는 신분을 훔쳤으며 알리에게서는 명예를 훔쳤다. 오로지 그 자신의 명에와 긍지를 위해서."

 

p338 "그 순간 라힘 칸이 이곳으로 나를 부른 것은 내 죄뿐만이 아니라 바바의 죄도 속죄하라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me'를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

 

p350 "저게 진짜 아프가니스탄이에요, 선생님. 저게 내가 알고 잇는 아프가니스탄이라고요. 당신요? 이곳에서 당신은 항상 관관객이었어요. 당신이 그것을 몰랐을 뿐이죠."

 

난 모로코의 '현실'을 잘 모른다. 그들의 빈민촌에 단 한 번이라도 그 삶의 실상들을 겪어본 일이 없다. 너무 없어 서로의 것을 훔쳐야만 하는 그런 질곡을 난 애써 외면했던 것이다. 나는 '맥도날드'가 그들에게는 꿈꿀 수조차 없는 비현실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라벨비도 마르잔도 다 그랬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구분은 더욱 극명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작농을 밀려나갔고, 근근히 살아가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벤츠와 BMW가 횡횡하는 도심 한 가운데에서는 그 어떤 현실도 내게는 불가능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영원한 관광객일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를 모두 보듬는 행위, 즉 진정한 내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계기가 되는 장면

 

p477, 478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는 형제애가 존재한다. 지금 소랍의 고통이 내 셔츠로 스며들자 우리 사이에도 혈연관계가 자리를 잡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략) 머릿속을 윙윙거리며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질문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질문을 할 수 이는 적당한 순간이 오길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그 순간이, 사원에서 흘러나온 밝은 불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는 지금 바로 여기라고 단정했다. "미국에 가서 나오 함꼐 살지 않을래?""

 

진정한 관계회복으로의 출발

 

p541 "소랍이 조용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을 틀린 말이다. 조용함은 평화와 평온함을 의미한다. 조용함이란 삶에 대한 볼륨 스위치를 줄이는 것이다. 침묵은 버튼을 눌러서 삶을 완전히 꺼버리는 것이다. 소랍의 침묵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진해서 지키는 침묵이나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나태내려는 항의자들의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두운 곳에 숨어서 온몸을 어둠으로 돌돌 감고 있는 사람의 침묵이었다."

 

p556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어릴 적 하산이 아미르에게 해주었던 말. 이제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 소랍에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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