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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펀드가

수다공작소 2009. 8. 19. 04:00

펀드 투자의 시작

 

2년 전 한창 중국 펀드가 상종가를 치던 해에 나도 그들처럼 내 전 재산의 70%를 펀드에 투자했다. 아직 재테크에 눈을 뜰 나이도 아니었고, 투자할만한 쌈짓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2년간 펀드에 묶어두면 나도 그들처럼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몇 달간은 틈나는 데로 수익률을 점검해가며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불과 2개월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수익률이 30%를 넘었다. 종종 흘겨봤던 ‘경제야 놀자’ 나 재테크의 여왕으로 등극했던 현영처럼 왜 진작 이런 좋은 투자수단을 몰랐나 싶었다.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다

 

환매수수료가 없어지는 3개월이 지날 시점까지만 해도 내 펀드는 쨍쨍했다. 그런데 내가 인터넷을 할 수 없었던 그 시점에서 가입했던 펀드들이 하나같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시 오르겠지 하는 맘에 좀 버텨보았다. 뉴스에선 베트남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둥 다시 경기 호조세로 돌아설 거라는 둥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다. 그래서 다른 펀드상품을 팔고 재투자를 결정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미국말 서브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큰 경제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미 바닥이라 생각했는데,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었다.

 

이런 게 불로소득의 최후인가 싶었다. 다행히 적정한 시기에 손을 떼 손해는 보지 않았다. 아니다. 손해다. 정기예금의 확정이율만 챙겼어도 족히 50만 원 가량의 이자를 챙겼을 것이다. 아무튼 나처럼 펀드나 주식에 투자했다가 피 봤던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 그 나마 내 상황은 그리 나쁜 게 아니었다.

 

하루만에 곤두박질

 

올해 초부터 경제가 다시 V자 곡선을 그리며 순항하기 시작했다. 펀드에 손을 뗐던 사람들도 다시 펀드에 안테나를 키고, 투자할만한 대상을 물색했다. 6개월 전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상품만 좋았다면 60% 정도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 경우엔 3개월 전에 다시 시작했다. 솔직히 첫 경험이 너무나도 끔찍했기에 다시금 펀드할 마음이 생길까 싶었는데, 정기예금의 확정이율이 너무나도 떨어진 상태라서 작은 돈이라도 한 번 넣어보자 싶었다. 투자 시점에서 3개월이 되는 이번 달 13일까지만 해도 수익률이 15%까지 올라갔다. 이제 팔아야지 다시는 더 기대하다 손해 보는 일 없어야지 벼루고 벼렸다. 그런데 아차 하는 순간 그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8시간이란 시차를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설마 했다. 월요일에 팔아도 별문제는 없겠지 싶었다. 급락하기 바로 직전(어제)만 해도 마치 더 오를 듯 급상승하더니 다음날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며 확 떨어져버렸다. 이게 뭔가 싶어 경제면 인터넷 기사를 훑어봤더니 중국발 악재가 세계증시를 뒤흔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런 경제폭풍 따위가 내 투자에 별 영향을 못 미쳤을 것인데, 하루하루가 참 다르구나, 세계는 그 단 하루를 경계로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구나 싶었다.

 

펀드판매사의 속임수에 더 이상 안 넘어가야지

 

여하튼 펀드를 다 해치웠다. 더 있어봤자 더 떨어질 것 같아서 지금 팔아도 고점 대비 손실이 크지만 그나마 이익이란 꼬리표는 달 수 있을까 싶어 죄다 팔았다. 한 유명 경제학자 말로는 올 연말까지 경제회복세가 계속되고 내년 초부터 다시 경기가 바닥을 치는 W자 형 경제 상황이 연출될 거란다. 근데 그게 생각보다 일찍 온 건지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건지 아무튼 다시금 느끼지만 절약만큼 좋은 재테크 수단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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