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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수다공작소 2009. 10. 14. 09:01
'뇌'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상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
 
 
기억 = 삶
 
p53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완전한 기억상실뿐이다. 그것만이 내 삶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 루이스 부뉴엘
 
p65 "그의 인생이 망각의 세계에서 녹아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노트에 적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시각과 동시에 기억을 상실해서 그는 본인이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 자체를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생각 조차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순간 그런 그가 아메바처럼 보였다. 뇌도, 눈도 없는 미괴한 생명체의 삶이 그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
 
p113 "그들 대부분은 건강 숭배자이거나 비타민제 광신자들로, 비타민 B6(피리독신)를 엄청나게 복용한 사람들이다. 현재 몸이 없어진 채 살아가는 환자는 남녀 수백 명에 달한다. 그러나 크리스티너와 달리 그들 대부분은 피리독신이라는 '독'의 중독에서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회복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가진 남을 속이려는 욕망
 
P166 "우리 정상인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속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 ('인간은 속이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속는다'.) 음색을 속이고 교묘한 말솜씨를 발휘할 때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빼고 전부 다 속아 넘어간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럼 사기꾼만큼 사기를 잘 당할 사람도 없겠고, 귀가 얇은 사람일수록 남을 속이고자하는 욕망이 그 마음에 크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겠군.

화장하는 여자의 심리 = 용인된 감춤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함참 시선을 고정한 채 묵묵히 지켜봤다. 주인공들의 행동은 현실감 탓인지 '이상'과는 꽤나 멀어 보였다. 그의 광택나는 넥타이와 그녀의 샤넬 아이셰도우를 구지 떠올리지 않아도 될만큼 그들은 '본래'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 가식으로 일관했다. 감춰지고 위장된 자아들의 향연 앞에서 '진실'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한 효력을 발휘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얼굴마저도 복제해버리는 성형제국. 더 이상 본래는 중요하지 않는 복제의 복제의 세상, 시뮬라크르. 우리의 도덕마저도 책에서 본, 혹은 그 누군가의 삶을 통해 배운 하나의 복제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의 뇌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해내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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