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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이냐 아스피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수다공작소 2009. 10. 18. 00:34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좋은 책 한 권이 평범한(도토리 키재기식) 열 권의 책보다 낫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책읽기reading books'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북홀릭커book holicer이며, 그 '북book'으로 하루하루 연명해나가는 가난한(?) 글쟁이이며, '글'을 곱씹고 또 다시 곱씹어 자신만의 언어로 재탄생시키는 서평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책읽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면 좀 더 신뢰감이 가는 데이터를 내놓지 않았을까?

 

느리게 읽기

 

저자는 앙드레 지드의 생각을 인용하면서까지 '느리게 읽기'를 강추(강력하게 추천하기의 시쳇말)하다 못해 책이 끝나는 지점까지 연거푸 반복해댄다. 물론 정독이 나쁠 일은 없지만 솔직히 모든 책이 다 정독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기에 모든 책을 곱씹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겠다.

 

왠지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삶이 부러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또 그 일을 통해 삶을 영위해나간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공자부터 서유기까지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며 그만의 이야기를 단백한 문체로 써내려갔다.

 

강한 의무감에 짓눌려 억지로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막판에는 약간 지루하기까지 했지만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은 책이었다.

 

p25 "누구나 꿈꾸는 바, 개인적으로 성공하면서 사회적으로 덕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현실화한 것이다."

 

왠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구라 여겨진다.

 

고전이란?

 

p71 "이미 다 말한 격이나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고전은 한 시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적 화두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다. 이것이 없으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않는다. 그러기에 고전은 뜨겁다."

 

비타민의 느림과 아스피린의 즉각

 

p75 "우리 사회의 풍토가 '비타민적 읽기'에서 '아스피린적 읽기'로 옮겨 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 아스피린이 혈액순환에 좋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지나치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먹으면 건강에 유익하다고 합니다.

 

책은 타자를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p82 "교양이란 영어로 말하면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다. 그 본래의 의미는 '노예적 또는 기계적 기술'과 대치되는 '자유인'에게 어울리는 학예(Arts)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인'은 예전에는 특권적 신분의 남성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그렇지 않고 또 그래서는 안 된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교양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85 "책을 통해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2005]

 

p89 "글을 쓰기 전에는 우선 키워드를 설정한 뒤에 메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 누구든지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핵심을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이 흥미롭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면 자신만의 색은 저절로 표출된다.(81~82쪽) 키 컨셉은 각각 다른 것을 세 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컨셉 세 개를 연결하는 논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때 자신의 생각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고, 또한 그 힘이 점차 향상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도 표출된다. 요컨대 세 개의 키 컨셉은 그 문장 전체를 구성하는 세 개의 다리이다.(85쪽) 서로 비슷하지 않은 세 개의 컨셉을 얼마나 잘 연결시키냐는 전적으로 글쓴이의 능력과 재능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p98 "나는 이즈음 자본의 책략이 다수의 사회구성원을 '어린이-만들기' 시스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말장난을 하자면, 교육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오로지 돈 되는 것뿐인 체세포를 융합해 학교라는 자궁에 이식, 자본이 필요로 하는 줄기세포만 선택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중략) 정리하자면, 당장 자본이 필요로 하는 분야는 어른으로 만들어 주지만(생산적 노동자 만들기), 나머지는 어린이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소비자 만들기).

 

느리게 읽자고?

 

p120 "빨리 일으려면 뭐하러 책 읽느냐는 것이 내 지론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이야기에는 쉽게 동의가 가지 않는다. 나는 분명 빨리 읽어야 한다고 교육받은, 혹은 강압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체득한 사람으로서 이 말이 그다지 매력으로도 다가 오지 않는다. 물론 책을 읽을 때 하나하나 신중하게 읽어가는 행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내가 신경쓰는 점은 모든 책이 그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수능세대인 우리는 지문을 최대한 빨리 이해해야 하고, 그 안에서 옳은 답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리도록 훈련받았다. 다시 말해 반드시 책을 빨리 읽는다고 해서 책을 이해 못한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속독법은 책의 내용은 완전 무시하고 읽으라는 무언에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빨리 읽되 책에 알맹이는 꼭 기억해두자는 심사에서 나온 발상이다. 오늘의 세상을 안다면 적어도 그런 발상에 삿대질을 할 수 없음이다.

 

신식과 구식

 

p132 "'기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더욱이 새로운 지식이 부가가치를 남기는 시대에 과거라는 고치에 웅크리고 있는 삶은 마침내 나비로 부화하지 못하고 번데기에서 삶을 마감해야 하는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 이전 세대. 늘 상대적인 개념이겠지만 그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한다.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신세대라는 기치 하에 살아간다고 자부하지만 언젠가 나도 그들처럼 구닥다리 인생으로 전락해버릴지 모른다. 오늘의 내가 그들의 구식을 폄하하여 신식을 강요했듯 나의 미래도 그들이 당한 수모(?)처럼 처량하기 짝이 없을지 모른다. 허나 나는 바란다. 내가 늘 깨어있기를... 그래서 항상 신식을 부르짓는 이들에게 귀를 열어놓고 싶다.

 

항상 깨어있기를

 

p180 "오랫동안 보아 온 것일수록 낯설게 보려 노력해야 그것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뇌는 판에 박힌 것을 좋아한다. 변화는 뇌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고 넘어야 할 산이기에 늘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는 변화를 사랑한다. 아주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일단 돌기 시작한 페달이 가속도로 인해 쉬이 멈출 수 없듯 우리 뇌 역시 일단 변화를 받아들이면 쉴 새 없이 소화시킬 그 무엇인가를 갈구한다. 사람의 뇌는 믿지 못할 만큼 방대하지만 그것의 대부분은 수면 아래의 방산처럼 감춰져 있다. 지금 당신이 뭔가에 익숙해져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당장 그 오래된 옷을 벗고 새 옷을 찾아 떠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당신의 뇌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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