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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또다른 주인공, 에서 이야기

수다공작소 2009. 10. 12. 01:45

 

에서와 편 먹고 야곱의 호박씨를 까고프다. 이삭의 축복은 응당 그의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어미인 리브가가 야곱과 짜고 그를 기만해 장자권을 송두리째 빼앗아갈 수 있는가? 물론 에서가 물러터져서 그렇게 됐다고는 하지만 왠지 이건 도리가 아니여도 한참 아니다.

 

루이스(에서)와 캐롤라인(야곱)

 

우량종으로 태어나 부모 걱정 안 끼치며 자란 루이스와, 그와 반대로 너무 병약해서 늘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캐롤라인. 당연 부모로서는 언니인 루이스보다 동생인 캐롤라인이 더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캐롤라인은 얼굴도 예뻤고 광고모델 뺨칠만큼의 금발까지 갖추고 있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루이스를 더 안타깝게 하는 건 캐롤라인의 음악적 재능이었다.

 

"I am so happy. I am a girl with golden hair."

 

그녀의 남자친구인 콜마저 그녀가 아닌 캐롤라인을 결혼상대로 선택했고, 선장할하버지마저 캐롤라인의 지속적인 학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부모 곁은 지켰던 루이스는 늘 잘 나가는 동생이 부러웠고, 콩 알 만한 섬에 갖쳐 지내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선택의 기회가 왔을 때 망설였던 건 바로 그녀였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난다.

 

루이스가 에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캐롤라인은 자신의 꿈, 그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인해 야곱이 될 수 있었다. 반면에 루이스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른채 섬이라는 제한적 공간에만 틀어박혀 지내려고 했다.

자신의 친구 콜마저 군대에 지원해 몇 년 후 몰라보게 성장했는데,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를 도와 굴비린내나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이 소설의 무게중심

 

p281

 

"쳇 쓸데없는 소리. 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 난 너를 만난  첫날부터 그걸 알았다고. 내 잠망경 맞은편의 널 본 순간부터."

"하지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지?"

나는 완전히 멍해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였지?"

"그걸 몰라?"

할아버지의 물음은 거의 조롱에 가까웠다. 나는 할아버지의 시선에 안절부절못했다.

"네 동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어.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거야."


나는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할아버지는 입 다물라는 듯 손을 저었다.

"사라 루이스. 아무도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 거야. 얘야, 하지만 먼저 네가 우너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단다."

할아버지의 어조가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땐 크리스필드의 기숙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늦었지."

"저는 .......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 산을 보고 싶어요."

"그건 너무 쉬워. 서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가기만 하면 되잖아."

할아버지는 그 이상의 대답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저는, 저는........"

이 말과 함께 야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

할아버지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나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 보았다.

"그런데 뭣 때문에 못 하는 거지?"

내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할아버지에게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여러 대답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가족 곁을 떠날 수 없어서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나는 할아버지가 내 말을 믿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바다를 떠나 산에 정착한 루이스

드뎌 어린 자아의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오다.

 

이 소설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녀가 결국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결국 산으로 갔다는 점과, 비록 의사신분은 아니었지만 그 동네의 간호사(산파)로서의 소명을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점에 있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그녀가 쌍둥이 아이를 받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가 안아 든 아이는 바로 에서가 아닌 야곱이었다. 물론 그 아이들의 친부모에게는 에서를 먼저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자신의 엇나갔던 자아를 살포시 감싸안아준 것이다.

 

"내가 사랑한 야곱"이 무슨 뜻일까 책을 읽는 내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결국엔 내가 사랑한 에서의 다른 표현임을 알았다. 리브가가 야곱을 선택했듯이 적어도 작가는 에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한 야곱 - 캐서린 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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