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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서야 마더를 봤다. 거두절미하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다음 세 가지였다. 종팔이는 더 바보였다. 엄마가 없는 게 죄다. 아무리 힘들어도 삶은 계속 된다. 칸의 레드카펫이 검증해줬던 영화인지라 나름 엣지있는 영상미를 보여줬다. 붉은색과 청색의 대비 공포감을 조성하는 어둠 그런지한 느낌의 톤다운된 텁텁한 색조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끝에 가면 반전이 있다는 거 외에는 없었다. 처음엔 영화가 유도한 바 대로 진구가 진범일 거라 생각했다. 김혜자의 시선을 따라 한참 야한 장면을 목도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냥 동네 양아치였을 뿐이고, 김혜자는 결국 자신의 아들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른다. 원빈은 "종팔이가 더 바..
저녁 아홉 시가 될라치면 어김 없이 잠이 쏠려온다. 참자니 거북하고 자자니 새벽에 깰 거 같고 진퇴양난에 빠진 그대는 감성시대에 발맞추어 '본능'에 충실했다. 큰 대(大)자로 뒤비잔지 어언 세 시간. 산해진미고 황금알이고 일단 새벽 한 시만 되면 어김 없이 증발한다. 아쉬운 마음에 동일한 꿈을 다시 꾸게 해달라고 천막농성(어떤 빛도 허용치 않으려고 이불을 온몸에 칭칭 감는 행위)을 해보지만 괜실히 너저분한 생각만 엉켜 이내 잠과는 작별을 고한다. "조그만 더 잤다면 그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을텐데..." 벌써 열흘 넘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초저녁 타임 수면을 처방했건만 결국 부작용으로 '새벽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들어보시라! 새벽 한 시에 깨어 새벽 다섯 시까지 ..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로 급작스럽게 성장해버린 거인처럼 한국 경제의 근대는 쉴 새 없이 그 몸뚱아리를 키워 왔다. 이코노미스트에 기록된 삼성 관련 기사를 모잠비크라는 아프리카 소국에 빗대어 'Why not?' 의문을 품게 만들며 시작되는 이 책은 이즈음 돌아가는 경제 형국을 의미심장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한국의 과거사를 일일이 훑어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가난하고 소외당했던 나라였는지 잘 안다. 단지 이런 문화적 바탕에서 문제가 되는 태도는 그런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사고방식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라는 겁 없는 발언을 하는 데 있다. 솔직히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과거'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인다. 보릿고개니 6.25니, 하물며 가장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IMF 구..
투수가 공을 던졌다. 꽤 빠르다. 타자가 힘껏 그 공을 후려갈겼다. 홈런이다.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줬다. 그 기회는 엄청나서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있는 힘껏 기회를 잡았다. 성공이다. 투수가 공을 던졌다. 꽤 빠르다. 타자가 힘껏 그 공을 후려갈겼다. 파울이다.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줬다. 그 기회는 내가 잡기에 너무 컸다. 결국 손사레를 쳤다. 실패다. 아무리 타자가 공을 잘 친다할들 그 공이 목적을 잃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결국 파울이 된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잘 찾아온다 해도 목적 없이 배회하다보면 그 좋은 기회를 다 놓치게 된다. 인생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필요로 한다. 이왕 칠 거라면 뚜렷한 방향감각을 가지고 홈런을 쳐보자. 추천동영상 유승호vs엄태웅 남녀탐구생활 극장편
다른 건 형편 없지만 유독 공간지각능력이 높은 편입니다. 고등학교 때 실시한 적성검사에서 공간지각능력이 99%로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네이버 붐 두뇌게임을 재미삼아 해봤는데 다른 건 완전 젬병이어도 역시 이 능력 하나만의 썩지 않았는지 상위 1%에 속했습니다. 미아가 될 뻔 하다 어렸을 때 친적집에 갔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6살이었고, 아파트 단지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몇 백 몇 호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죄다 복사한 듯 일렬로 서 있는 아파트에서 길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천성인지 아니면 뚝심인지는 모르겠는데, 스스로 길을 찾으려는 의지가 무척 강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상젤리제역에서 에펠탑까지 걸어갔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설픈 불어실력 때문에 좀 주눅..